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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최인기] 가난의 시대 - 법보다 밥을 위해 저항한 이들의 삶

by manga0713 2012. 5. 5.




"보다 을 위해 저항한 이들의 삶"이라는 말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넘기기 싫어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다 결국 진저리치며 넘겨내는 육모초의 쓴 물처럼, 넘길수도 뱉어낼 수도 없는, 주어졌으니 살아낼 수 밖에 없는 삶을 조금은 알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난"이라는 삶의 더깨는 우리네에게 드러내기도 그렇고 감추기도 그런 현실이고 현재인 것이지요.


책에 소개된 이야기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2010년 10월 8일, '장애아들에게 복지 혜택을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일용직 노동자 윤 씨의 사건이 있었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가정이 파탄에 이르고, 아들마저 뇌에 이상이 생겨 고비용의 의료 혜택이 절실해졌다고 한다. 그는 아들을 장애인으로 등록하면 치료와 함께 월 10만~20만 원의 '장애아동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부모인 '자신'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윤씨는 생각 끝에 극단의 선택을 감행했다. '자신이 죽으면' 아들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아동 재활치료 대상자로 지정될 것이라고 판단해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이렇듯 가난이란 것은 자신의 내일과 내일의 현재인 자녀들을 위한 오늘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의 국가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고 현실적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 줍니다.


또 한 대목을 보겠습니다.


선전물인 <기초법 공동행동>에 실려 있는 어느 한 수급자의 메모는 마음을 에인다.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계절, 어디 시원한 곳을 찾아 떠나고 싶다. 하지만 참자. 돈이 부족해서 결국 또 빌려 쓰게 되니 다음 달도 또 적자일 것 같다. 시장에 가보니 살 것도 많고 한데, 돈이 없어 구경만 하고 왔다. 오늘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너무 힘들다. 수면 내시경은 쉬운데 비급여로 5만 원이나 들어간단다. 참 힘들다. 돈은 다 떨어져가고 막막하다. 형님한테 돈(3만 원)을 빌려서 쓰자니 기분이 좀 우울하다. 돈이 없다보니 교통카드 충전도 천원 단위로 한다. 수급자는 교통비만이라도 정부에서 지원했으면 좋겠다. 다리가 아파 지하철을 못타고 버스를 이용하다보니 교통비가 만만치 않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끼고 아끼면서 사는데 정화조가 터져 비용이 지출됐다. 먹지 않고 쓰지 않고 절약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비전 없는 삶, 힘들다. 어쩌다가 수급자가 되었는지, 한숨만 나온다. 시장보기가 두렵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너무 힘들다. 정치하는 분들, 한 달에 43만 원 갖고 한 번 살아보시지요. 가진 건 얼마 없고, 돈 나올 날은 멀고, 어떻게 버틸지 걱정입니다. 오늘은 아이 백일인데 제대로 못해주는 맘이 서글프네요. 언제쯤 우리도 좋은 날이 올까요. 기저귀, 물티슈, 분유 값이 많이 들어서 걱정이 됩니다. 중복이라 가족끼리 삼계탕을 해먹으려니 가격이 만만치 않네요. 여섯 식구가 한 마리 가지고 닭죽으로 만족하렵니다."



"비전 없는 삶", "꿈이 없는 삶"

예전 TV의 한 예능 프로에 나 온 중견 연기자의 말이 기억 나네요. 그는 '빨간 양말'이라는 닉네임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후 한 동안 볼 수 없다가 "추노"를 통해 띄어난 연기력으로 다시 각광을 받는 분이십니다.


진행자가 그 분에게 물었습니다.


"꿈이 무엇이셨나요?"


"꿈이요? 그때는 너무 가난해서 꿈을 꿀 수가 없었어요. 오직 빨리 취직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것 밖에...."


"꿈", "비전"을 키우고 이루어 가는 것은 '돈'이나 '환경'에 영향 받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은 인정하고 바라는 바이기는 하지만 현실과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실재는 아니라는 것이 더욱 안타까운 것이지요.


가난의 문제는 이상의 문제가 아니라 실재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것이지요.

누구는 이러한 부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길거리로 나서고(일명 데모의 현장으로) 누구는 문제는 해결해야 하지만 새끼를 굶길 수 없기에 삶의 현장(일터)으로 나가는 것이 가난은 실재의 문제라는 것을 대변하고 있지요.


저자 최인기는 "보다 을 위해 저항한 이들의 삶"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 쌓여있는 울분의 독소"를 표출해 낸 저항의 역사로 기술하기보다는 현장에서 함께 살아 내 온 사실들과 발로 뛰어 얻어 낸 생생한 증언들을 담담히 기록해냈습니다.


감성적인 자극이 아닌 정성적인 자료를 제시한 것이지요. 친구로서 이 점을 굉장히 높이 삽니다.


그렇다고 그의 의견과 주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책에 인용된 한 보고서의 제목을 보면 "사회적배제의 관점에서 본 빈곤층 실태 연구 [국가인권위]"


"사회적배제"라는 벽이 실재함을 우선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실재의 벽에 대한 인정을 통해야만 가난 극복이라는 명제가 건강한 사회 운동으로 곤고히 발전해 갈 수 있으며 그것이 계층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고 그렇게 쌓여지는 에너지를 통해야만 "정치권력과의 분명한 대치선 부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전적으로 이 의견에 동의하며 응원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순리이며 창조자의 바람입니다.

살아지는 과정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계층 구조 속에서 자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배제"라는 인간의 욕심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음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연히 발생한 계층 구조의 공의로운 대변을 위해서 뽑힌 정치 권력의 외면도 등거리를 취해야만 채워지는 그들의 욕심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욕심 제어의 첫 발은 미래의 큰 그림 속에서 현실을 인정하는 것임을 새삼 배우게 되었습니다.



가난의 시대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최인기
출판 : 동녘 201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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