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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6

[김훈] 풍경과 상처 돈과 시간과 잼에 익숙한 여행자의 눈을 사유라는 자신과 함께 하는 여행자의 눈으로 붙들어 놓는 글이다. 다소 어렵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건 내 작은 지견이 김훈 선생의 페이스를 따라갈 체력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다음은 이 책의 밑줄 친 부분이다. 정원은 인공의 낙원이다. 꿈속의 낙원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든 낙원은 인공의 낙원이다. 도가의 무릉도원이나 한산습득의 천태산이나 혹은 마르크스의 국가소멸단계가 그러므로 모두 인공의 낙원인 것이다. 인간은 욕망을 사회경제적으로 정당화하고 정당화된 욕망을 제도화함으로써 낙원을 지향할 수도 있지만, 욕망의 뿌리를 제거함으로써 낙원을 지향할 수도 있다. 욕망을 제거하려는 길과 욕망을 완성하려는 길이 마음속에서 엇갈리면서 사람들의 꿈은 엎어지고 뒤벼지.. 2014. 9. 9.
[김훈] 흑산 김훈 선생님의 "흑산"은 이 땅에 천주교가 조용히 들어와 조용히 퍼져 나갈 때, 시끄럽게 죽이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해 가는 사람들이 섞여 있는 그 때와 그 사람들을 주인공으로하는 소설 입니다. 부족한 자의 눈으로는 김훈 선생님의 역사소설들은 전면에 내세우는 이순신이나 우륵이나 산성의 벼슬아치들의 모습만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 내지만 살아 있었다는 기록이 전혀 없는 우리네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흑산"에도 원래 그들의 속에 있었던 것 같이 쉽게 받아 들여지고 살아갈 힘이 되었던, 교리라고 하는 그 무언가를 받아 들이고 익히고 기대하며 기다리고 살아가는 천주교인들이 우리네의 모습으로 나옵니다. 선생께서 독자를 생각하시어 하나 둘 익숙한 이름을 붙여주고 주인공 삼으신 것이지요. 기독교인인 나는, 신앙을 품.. 2012. 1. 16.
[김훈]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이 책 또한 종로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요즘 한창 김훈 선생님의 역사소설 시리즈,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을 읽으며 SNS에 밑줄 친 부분을 올려가며 우쭐되고 있던 차에 기막힌 제목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가 눈에 안 들어 올 수가 없었지요. 김훈 선생님의 존함과 말이 제 기억 속에 각인 된 것은 몇 년 전인가 모 신문에서 읽은 그 분의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의견처럼 말하며,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라는 말씀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은 세태의 안타까움을 꼬집은 것일텐데 우쭐하며 살아가던 내겐 아픔 곳을 찌르는 일침이었습니다. 그렇게 그것이 내 말인양 사기치며 살아오던 때에 신작인 "흑산"을 만났지요. 읽.. 2011. 12. 17.
[김훈]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치욕의 항복이 있던 때의 이야기 입니다. 뮤지컬을 보며 가슴치고 울분하고 쓸쓸하며 화가났던 마음이 이야기를 들으며 더 울분하고 더 쓸쓸하고 더 화가났습니다. 저는 민초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잡초라고 받아 들여기지 때문입니다. 끝없이 나고 자라는 강인함의 잡초가 아니라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밀려가고, 밟으면 밟는대로 쓰러져야하는 운명의 뿌리를 지닌 아픔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이다." 이야기는 나라와 백성과 자신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설 때 나라 안에서 또 백성 안에서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다만 당면한 일을 당면하는" 저 마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왕이 당면한 일을 당면하는 모습 중신들이 당면한 일을 당면하는 모습 백성들이 당면한 일을 당면하는.. 2011.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