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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이민진] 파친코

by manga0713 2024. 3. 3.

 

 

 

 

그저 살아지는 삶이라는 게 있을까?

 

묵묵히(그속에서 스러져 가지만) 살아내고

묵묵히 곁에 서고

묵묵히 응원하는

여인, 엄마.........아무개.....

 

피끓듯 살고

피끓듯 바라고

찬천정에 닿아도

훤히뵈는 벽에 밀려도

달아나는 아해는 달아나는 아해대로

달려가는 아해는 달려가는 아해대로

숯된 마음에 묻고

갈라진 손등에 올리는

사람, 가족......아무개들....

 

"분노의 포도"에서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잘 변해요. 여자들은 삶을 모두 가슴에 품고 있고, 남자들은 머리에 품고 있죠. 당신은 신경쓰지 말아요. 어쩌면...그래요, 어쩌면 내년쯤에는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버지가 말했다.
"우린 지금 가진 게 하나도 없어. 앞으로 일자리도 없고 수확도 없는 계절이 오래 계속될거야. 그럼 우린 어떻게 하지? 먹을 걸 어떻게 구하지? 로저샨이 아이를 낳을 때도 멀지 않았는데. 생각하기도 싫어. 그래서 생각을 안 하려고 계속 옛날 일만 파고 있는 거야. 이제 우리 인생은 끝난 것 같아."

"그렇지 않아요." 어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요, 여보. 여자들은 그런 걸 알 수 있어요. 살면서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남자들은 단계별로 인생을 살아요. 아이가 태어나고 사람이 죽는 것, 그게 또 한 단계죠. 농장을 일구고 농장을 잃는 것. 그게 또한 한 단계예요. 하지만 여자들에게 삶은 전부 하나의 흐름이예요. 개울처럼, 소용돌이처럼, 폭포처럼, 강처럼 그냥 계속 흐르죠. 여자들이 보는 인생은 그래요. 우린 그냥 죽어서 사라지는 게 아니예요. 사람은 계속 살아간다고요. 조금 변하기야 하겠지만, 삶은 계속되는 거예요."

출처: https://mangastorytelling.tistory.com/entry/그래도-삶은-계손된다분노의-포도-The-Grapes-of-Wrath [망가천재의 스토리텔링:티스토리]

 

 

나는 나로 살고 있는가?

나는 한양 조씨의 아들로 살고 있는가?

나는 가장으로 살고 있는가?

나는 애비로 살고 있는가?

나는 남편으로 살고 있는가?

나는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가?

나는 기독교인으로 살고 있는가?

나는 노동자로 살고 있는가?

 

나는 내 모습에 따라

다른 사람을

다른 생을

다른 삶을

규정하는가?

 

규정은 선인가? 벽인가?

 

나는 선한가?

내 삶의 상태에 따라

선, 악이 달라지는가?

 

'이민진' 내가 만나 현재까지의 최고의 작가이다.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됐는지 반드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