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언제 나왔는지가 먼저 궁금해졌습니다. 아마도 내가 얼마만큼이나 늦게 이 책을 읽게 된 것인지 궁금하고 그마다 기간이 짧아 조금은 덜 미안하고 창피하기를 바랐던 것이지요.
보니까.
1992년 10월 15일 초판 1쇄 발행부터
2002년 6월 14일 재판(두 번째) 76쇄 발행 이더군요.
아마도 제 손에 들려 있는 이 책은 2002년 6월 14일, 내 아들이 세상에 나오기 전 곡 한 달 앞서 발행된 76쇄 가운데 하나이겠지요.
언젠가 이야기한 것처럼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아련한 기억 속에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절로 미소를 짓고 모르게 흐르는 늦게 알아채는 마력에 빠지게 됩니다.
그것은 선생께서 이 책에서 말씀하신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 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 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를 제대로 경험하는 것이겠지요.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누가 먹었을까"도 아니 "누가 다 먹었을까" 입니다.
그렇게 다 먹어버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기억의 황량함을 선생은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책의 마지막까지의 때까지, 자신이 언젠가 글을 쓰게 될 것이라는 조각을 세월에 세겨 놓은 그 순간까지의 기억을 대신 채워 줍니다.
마치 할머니가 그랬던 것과 같이, 따스한 엄마의 젖무덤에서 들었던 것과 같이 하나 둘, 기억이고 추억이 되어버린 사실들을 이야기 합니다.
그 기억과 추억과 사실들이 내가 마치 겪어 온 세월인양 느끼며 읽다가 말씀처럼 고객 들어 창 밖의 모든 것들이 어제의 그것이 아닌 그때의 그것과 같아 보이고, 그저 지나가는 거리의 자취를 넘어 내가 살았던 추억의 한 장소인양 반가워지곤 하였습니다.
세월은 우리네에게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기억과 추억을 사실로 선물하는 것이 제 역할인가 봅니다.
선생은 그 세월의 선물에 아름다운 고향 감성이란 솔직한 포장으로 감싸 주셨습니다.
아직 이 책의 귀한 선물을 받아 보시지 못하시는 분들은 꼭 받아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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