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요시모토 바나나. 글을 참 예쁘게 쓰는 작가네요. '키친'이 첫 작품집이라고 하는 데 이 책을 내기까지 풀어내고 싶은 그 많은 말들을 어떻게 참고 살아왔는지 무척 궁금하네요.
'키친'은 외로움입니다. 사랑을 위해 밝음으로 가득할 것 같지만, 실상은 외로운 장소 입니다.
작가는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의 허한 마음을 '키친'으로 표현 한 듯 합니다.
작사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사랑 받으며 컸는데, 늘 외로웠다.'
'키친'도 사랑을 나누는 곳이지만, '키친'의 입장에서는 늘 외로웠을 겁니다.
그렇게 늘 외로웠던 일상에 사랑이 찾아 듭니다.
마치, 감기처럼…..
다음은 이 책의 밑줄 친 부분 입니다.
그러나 나는 부엌을 믿었다. 그리고 닮지 않은 이 부자간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웃는 얼굴이 부처님처럼 반짝이는 것이다.
방 한 구석에 숨쉬며 살아 있는, 밀려오는 그 소름 끼치는 고적함, 어린애와 노인네가 애써 명랑하게 생활해도 메울 수 없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일찌감치 깨닫고 말았다.
사랑 받으며 컸는데, 늘 외로웠다.
투명하게 가라앉은 시간이 볼펜 소리와 함께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진다.
나 자신이란 짐 사이에 끼여, 어둠 속에서 쭈그리고 엉엉 울었다.
왜 사람은 이렇듯 선택할 수 없는 것일까. 버러지처럼 짓뭉개져도, 밥을 지어먹고 잠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간다. 그런데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 오늘도 밤은 어둡고 숨은 답답하다. 각자 끝없이 헤매이는 무거운 잠 때문에 싸우는 밤.
지금 그 눈물의 아름다움은 잊기 어렵다. 사람의 마음에는 보석이 있다고 생각게 한다.
사람이란 상황이나 외부의 힘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내면 때문에 지는 것이다.
감기는 말이죠. ~ 지금이 가장 힘들 때예요. 죽는 것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죠.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의 한계는 변하지 않으니까. 언젠가 또 감기 걸려서, 지금처럼 아플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본인만 건강하면 평생, 없을 거예요. 그래,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겨워서 넌더리가 날 수도 있겠지만, 이까짓 쯤 하고 생각하면 덜 힘들지 않을까?
지금은 어제보다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다. 또다시 찾아 올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고독한 밤은 나를 진저리 치게 한다. 인생이 그 반복이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그런데도, 돌연 편히 숨쉴 수 있는 순간이 분명 있어 나를 설레게 한다. 때로 설레게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웃을 수 있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근후]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0) | 2014.09.21 |
---|---|
[이윤정]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 (0) | 2014.09.16 |
[말콤 글래드웰] 다윗과 골리앗 (0) | 2014.09.13 |
[김훈] 풍경과 상처 (0) | 2014.09.09 |
[이무석] 30년만의 휴식 (0) | 2014.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