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폴 영을 '오두막'으로 처음 만났었다.
'오두막'에서 그가 전해 주었던 하나님의 모습에 난 적잖은 반감을 했었다.
여전한 반감 속에서 이 책 '갈림길'을 만났다. 반감이란 그가 표현하는 하나님의 모습에 대한 의심인데 아마도 나의 현재가 반감 때문에 이 책, 아니 '갈림길'이라는 선택의 주제를 거부하기 쉽지 않았음은 인정한다.
갈림길.
만남의 순간이 삶의 어떤 위치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이들이 겪는 갈등이리라.
그러나 이 책은 그 갈등의 결과물로서의 오늘과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지금까지의 나의 선택과 그것의 결과가 지금의 나를 어떻게 이루게 되었는가를 점검하게 하고 지금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 다른 나로 살아 가겠다는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다.
다음은 이 책의 밑줄 친 부분이다
영혼이라는 집 내부는 웅장하지만 참으로 연약하기 때문에, 영혼의 집을 이루는 벽과 토대에 스민 배신과 거짓말들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집의 구조를 맘껏 변형시킨다.
고통, 상실, 체념은 각각 그를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 셋이 힘을 합쳐 그를 참혹할 정도로 황폐하게 만들었다. 토니를 무장시킨 것도 그 세 가지였다. 그는 말속에 칼을 숨기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성벽을 쌓았다. 토니는 소외와 고독에 갇힌 채 그 속에서 안전하다고 착각했다.
성공한 사람 뒤에는 남의 그늘 속에서 존재의 의미와 정체성, 목표를 보호받고자 뒤따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었다.
불확실함이 일상을 지배하게 되면 삶 전체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 세상에 학살도 없고, 달나라에 간 사람도 없고, 지구는 평평하고, 침대 밑에 괴물이 살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사실이겠지만 진실은 아니죠.
로리가 저의 사랑이 사실이라고 믿었다면, 로리한테는 사실이었겠죠. 하지만 로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은 당신 스스로에게도 사실이었나요?
사실과 진실의 차이
진실과 반하는 사실만을 믿고, 또 그 속에서 산다면 그게 바로 지옥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비유와 상징들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진실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노력 없는 변화, 고통 없는 변화, 상실감 없는 변화는 변화의 환영일 뿐입니다.
사랑이 아닌 것, 빛이 아닌 것, 자유가 아닌 것, 그것은 곧 죽음입니다.
일단 지금 당신이 이해해야 할 것은, 당신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삶에 대한 개념을 축소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삶의 방대함과 장엄함이 죽음의 위력과 존재감을 흡수하고 소멸시켰어요. 당신은 죽음이 끝이라고 믿고 있고, 죽음은 모든 의미 있는 것들이 종결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바로 그런 생각이 거대한 벽이 되고, 기쁨, 사랑, 그리고 인간관계를 짓누르는 겁니다. 당신은 죽음을 최후통첩, 영원한 단절로 보고 있지만, 사실 죽음은 그런 것들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당신이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단절을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당신이 상상하고 있는 것과는 달라요. 당신은 오직 당신 자신에게만 주의를 집중해왔고,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당신의 존재를 한정지었어요. 반면 당신 주변에 늘 존재해왔던 죽음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지요. 당신의 말, 당신의 손길, 당신의 선택, 당신의 슬픔, 당신의 불신, 당신의 거짓말, 당신의 판단, 당신의 편견, 당신의 권력욕, 당신의 배신, 당신의 회피, 당신의 무관용...실제로 죽음이라는 사건은 그러한 것들과 같은 아주 작은 표출일 뿐이지만, 당신은 그런 작은 표출들로 삶을 전부 채웠어요. 날마다 죽음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한 채…..
죽음이라는 사건에는 희망이 들어 있어요. 죽음은 당신을 익사시키는 바다가 아닙니다. 구원하는 바다의 세례입니다.
모든 존재의 핵심에는, 나를 내어주고 타인을 중심에 놓는 사랑 즉, '하나됨'이 있다는 겁니다. 그 무엇도 그보다 더 깊고 더 단순하고 더 순수할 수는 없지요.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그동안 제가 저지른 짓들을 어떻게 만회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제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불공평하다고? ~ 망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망가진 세상에 공평한 건 하나도 없다네. 세상을 공평하게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정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지만 매번 실패하지. 축복과 용서도 공평하지 않아. 처벌로 공평해질 수 없고 참회로 공평해지지도 않지. 인간의 삶은 결코 올바른 행동에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아. 계약, 변호사, 질병, 권력, 그 모든 것들이 공평해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 그러니 죽은 단어들은 사전에서 지워버리게. 대신 자비, 친절, 용서, 은총 같은 살아 있는 단어에 집중해봐. 그러면 자네의 권리, 자네가 정당하다고 믿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멈추게 될 테니까.
지금껏 내가 만나본 사람 중 그 누구도 나쁘기만 하지는 않았어요. 나쁜 면이 많은 사람은 있었지만, 나쁘기만 하진 않았어요. 누구나 한때는 어린아이였고, 바로 그 이유로 난 희망을 버리지 않아요. 결국 모두가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존재들이에요.
기도는 관계 속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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