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세종 때였습니다. 찌는 듯이 무더운 여름날 악학도감에서 옥과 돌로 편경을 만들던 장인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떴습니다. 너무나 무더워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악학별좌 박연(朴堧)은 더위도 잊은 채 열심히 경돌만 다듬고 있었습니다. 장인들이 돌아온 것은 해가 거의 넘어간 뒤였습니다. 이 때 박연이 말했습니다. ‘우린 천년을 살 사람들이네. 이만한 더위쯤은 참고 견뎌야지. 좋은 악기는 천년을 두고 연주가 되니 그 악기를 만든 사람도 천년을 사는 거지’ 악기의 아름다운 선율 뒤에는 그만큼 아름다운 한땀한땀의 정성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고는 그래서 더 값진 것입니다.
[CBS 1분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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