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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타무라 시게루] 고래의 도약 クジラの 跳躍: Whale's Jumping - Glassy Ocean

by manga0713 2012. 3. 11.

 




'고래의 도약 クジラの 跳躍: Whale's Jumping - Glassy Ocean'은 '영상작가'로 불리우는 '타무라 시게루' 감독의 1998년 작입니다. '은하의 물고기', '판타스 마고리아'와 함께 타무라 시게루 감독의 오늘날의 명성을 이끌어 온 작품이지요.

이 작품을 보기 전에 '은하의 물고기'를 먼저 볼 것을 권하고는 하는 데, 물론 '은하의 물고기'가 먼저 나오고 이야기가 어느정도 이어지기 때문에 내용의 이해를 돕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상 표현 즉 에메랄드 빛 바다를 표현해 내는 과정의 발전을 볼 수 있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타무라 시게루 감독은 일러스트 제작에 매킨토시 컴퓨터를 본격 활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손으로 그린 그림을 매킨토시 컴퓨터로 읽어 색채를 입히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서정성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그 만의 매력인 것이지요.

'고래의 도약'도 같은 과정, 즉 원래 12페이지 분량의 흑백 만화를 매킨토시 컴퓨터로 읽고 색채를 입히고 색감을 부여하고 이런 2D의 그림과 에메랄드 빛 바다를 3D로 표현하여 조화 시키고......

이렇게 3년의 수고 속에 20분의 영상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각본, 일러스트, 감독까지 다 해낸 타무라 시게루 감독은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일까요.


 


"고래는 반나절에 걸쳐 도약해서
사람들의 마음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바다 속으로 돌아갔다."


그렇습니다. 영화 '고래의 도약'은 고래가 바다 속에서 뛰어 올라 하늘을 날고 다시 바다 속으로 돌아가는 과정의 이야기 입니다.

'추억'이라는 한 시점(또는 각인된 인생의 한 지점)에 대한 이야기는 그 시점과 지점을 교차했던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겠지요.

아마도 타무라 시게루 감독은 '추억'이란 '다르지만 같을 수 있고 같지만 다를 수 있다'는 감독의 생각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듣고 싶었나 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건축가 김석철님의 그의 책 '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 머리말의 한 대목이 떠 올랐습니다.
김석철님의 말과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죽음은 삶의 종말이 아니라 삶의 다른 한 형식이다."
(그렇기에, 이어지는 삶의 형식마다 그 때의 공간이 존재하는데 (이건 제 생각입니다. ^^))

"죽음의 공간, 신의 공간, 삶의 공간, 인간의 공간"
(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그 이해 속에서 건축물을 바라 봄은 또 다른 삶에 대한 이해가 될 것이다.)

또, 제1부 죽음의 공간 피라미드 편에서 이집트인의 '카Ka' 를 이야기 해 주셨는데,

피라미드는 '카Ka'의 영원한 존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이집트 인은 인간이 물질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로 분리될 수 있으며 이들은 상호 작용을 한다고 믿었다. 이 중 비물질적 요소를 '카Ka'라고 불렀다.

'카Ka'는 같은 시대에 같은 실체를 지니는 또 다른 자기로 죽은 시신에 대해 살아있는 이미지로 구별되며, 무덤은 바로 '카Ka'의 집이다.

타무라 시게루 감독은 에메랄드 빛 바다를 '죽음의 공간', '신의 공간', '삶의 공간', '인간의 공간'의 교집합, 즉 '죽음, 신, 삶, 인간'의 공통 공간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공통 공간을 채우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추억'으로 표현되는 '카Ka'들 인 것이지요.
그 순간과 지점과 추억과 카Ka의 시각을 고래의 점프 타임으로 표현했다는 것에 탄성이 절로 나오네요.

그럼, 등장인물들, 카Ka들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 보겠습니다.

 


A: 야~ 바로 위까지 왔군! 깜빡할 뻔 했어.

 


B: 조금 들지 않겠나. 얼마 전 침몰선에서 찾았어

 


A: 지금 말이야....
....꿈을 꾸고 있었어.
....꿈 속에서 하얀 모래사장을 걷고 있었어
....파도 소리가 나고 바다가 반짝반짝 빛났어
....야자나무! 큰 야자 나무에 싹이 나서
....단지 그것만으로 기뻐서...

....유리 방울이....
....왜 일까!
....내 눈에서
....이것 봐...하나 더...
....꿈에서 본 바다의 색이다.


역시, '죽음, 신, 삶, 인간'의 공간은 같은 공간이라는 것, 즉 마지막과 시작은 이어진다는 것, 삶은 추억과 소망을 매개로 또 다른 한 형식으로 이어져 가는 것인가 봅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바다의 노인 카Ka의 말처럼 말입니다.

 


아! 이 광경....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

그때 나는 작은 아이였다.
언젠가 배 위에서 보았다.

 


아! 고래가 점프하고 있어요
이 순간....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을 이어주는 순간 입니다.

여러분에게 같은 시대에 같은 실체를 지니는 또 다른 자기로서의 카Ka는 무엇인가요?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