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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무엇을 위해 달리시나요?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茄子 アンダルシアの夏 Nasu Summer in Andalusia"

by manga0713 2010. 11. 8.


결승점을 향 해 달려가고 있는 선수들의 얼굴을 묘사한 화면 입니다. 이제껏 달려 온 길의 정점을 향해서 자기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순간입니다.

이 순간 이들의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 순간 이들의 마음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기억되는 얼굴도 기억되는 이름도 기억되는 순간도 없는, 오직 완전한 자기 자신과의 시간, 이 영화는 오직 자기 자신과의 만남의 순간을 위해 달려가는 그 길을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자전거', 요즘 참 인기 있죠? '자출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으니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깊숙히 다가가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자전거'가 소재인 영화를 몇 편 보긴 했지만,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茄子 アンダルシアの夏 Nasu Summer in Andalusia"과 같은 '자전거 경주', 즉 '도로 싸이클 경기'를 다룬 영화는 처음 봅니다.

40여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영화 속의 경기 상황에 쏙 빠져 주인공인 '페페'의 우승을 가슴 졸이며 응원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페페'입니다. 파오파오 맥주사 소속 팀의 페이스 메이커 입니다.

'페이스 메이커 Pace Maker', 맞춰주는 사람.
자기 팀의 메인 선수를 위해 보조를 맞춰주고 작전을 수행하며 메인 선수의 기록과 우승을 위해 희생하도록 준비되어 있는 사람. 아니, 그가 누군지 기억되지 않는 사람.

페페는 어쩜 기억되지 않는 사람이란 것을 받아 들이기 싫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향을 떠나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믿었던 형제에게서 꿈을 키워 왔던 고향에서, 자기의 사랑과 소망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로 싫었을 겁니다.

페페는 변하지 않은 현재, 내 놓을 것 없는 현재, 떠나 온 고향 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게임 전체의 페이스 메이커로서, 자기 팀의 선수를 위한 페이스 메이커로서 어쩌면 오늘 경기를 끝으로 퇴출되고 말 그 현장에서 달리고 있습니다. 페페는 달리는 현재의 자기 모습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페페는 달립니다.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을 어쩔 수 없이 벗어던지고, 팀의 구간 우승을 위해 달려 나갑니다. 지나간 날들의 모습도, 지나간 날과 연결된 오늘도, 페이스 메이커란 불만스런 현실도, 이 구간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절실함도 다 잊어 버리고 그저 달립니다.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茄子 アンダルシアの夏 Nasu Summer in Andalusia"'코사카 키타로' 감독의 2003년 작품입니다.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도로 싸이클 경기'의 레이스 다룹니다.

마치 TV로 실황중계를 하듯이 하나 둘 경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선수들의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 선수들의 순간순간의 심리상태 등등을 아주 잘 표현한 수작입니다. 전문가와 같은 해설을 들으실 수도 있는데요 알고봤더니 감독이 싸이클 선수 출신이라고 하더군요.

영화는 자전가가 달리는 것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주인공 페페의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섞어 보여주며 보는 이들도 하여금 과연 페페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아니 우리네 삶은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 흘러 나오는 곡은 저를 한 순간에 사로잡은 "Bicycle show song 自転車ショー歌" 입니다.
이 영화의 엔딩 곡인데요, 자건거나 싸이클 메니아들은 금방 알아들으실 수 있는 메이저 상표들을 재치있게 나열한 곡입니다. 이 영화의 백미중의 하나이지요.

여러분, 꼭 DVD를 구해서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