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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박완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by manga0713 2012. 3. 3.

 




어린 날 한 때의 이야기 입니다.
아버님이 소천하시고 흘러 간 시간과 그 만큼의 고단한 삶에 매몰되어 갈 때 였습니다.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이웃의 한 남성과 다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투는 것이 아니라 거친 그 자에게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당하시고 계셨지요.

어린 피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혈기를 부린 것이지요.

그 자도 마음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저녁 나절 집 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더군요.
어머님 말씀대로 밖으로 나가 정중하게 사과를 하였습니다. 저도 사실 죄를 지은 것 같아 무섭고 떨려 그 시간까지 멍한채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게 돌아 온 것은 보복의 폭력이었습니다.
참을 수 없었겠지요.
나는 참아야 했습니다.

순간, 세째 누님이 눈물을 흘리며 달려 들었습니다.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데 당신이 손을 대느냐~"

그 밤은 아무도 입을 연 사람 없이 지새워졌습니다.

위로 세 분의 누님들과 아래 여동생에게, 저는 그런 동생이요, 오빠였습니다.
그런 나의 눈을 뭉클하게 사로잡은 이 책중의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데올로기 제까짓 게 뭔데 양심도 없지, 오빠같은 죽음이 양심의 짐이 안 되는 이데올로기 따위가 왜 있어야 하느냐 말이다."

그렇습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이 책,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가족의 이야기이며, 한국 전쟁의 막막함과 핍절함을 살아내 온 선생님 젊은 날의 이야기 입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선생님은 특별히 예쁨받고 귀함받는 딸내미였습니다.

가부장의 전통 속에서 아들과는 다른 관심과 지원의 대상이었지만 사실, 아들만큼 관심받고 지원 받으시면서 자라왔던 것이지요.

마치 남의 일처럼 지천이었던, 그래서 관심 밖이었지만 떠나가지는 않았던 싱아의 존재가 새롭게 그리워 질 때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시간을 지내오신 것이지요.

그런 여린 삶에, 전쟁과 그로 인한 오빠의 부상, 일그러져가는 집안과 삶의 모습, 가늠할 수 없는 개인의 운명 등이 어깨를 누르게 됩니다.

살아야 하고, 살아내야 하고, 살려야 하고, 살게해야 하고
삶 삶 삶....

미군 피엑스의 초코렛과 미르크(밀크)와 사탕과 쿠키 들이 조카들의 버즘을 없애고 피부를 윤기나게 하고 살을 나게 하는 것이 감사함이요 모든 무거움을 잊게 하는 것이 되도록 선생님과 가족은 시대를 열절히 살아 냅니다.

그런 날들이 선생님의 호흡이 되고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되어 우리에게 들려 주는 이야기로 나온 것이지요.

항상 선생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선생은 기억될 수 밖에 없도록 삶을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쉬 지치지 않도록 삶과 주변과 사물의 의미를 정성스레 되새겨 오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삶 속의 자신을 다스리는 힘이요.
그것이 삶이 살아져 온 날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근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선생님의 결혼 전, 젊은 날의 이야기 입니다.
그냥 읽으셔도 되지만 어린 날의 이야기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좋을 듯 합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박완서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0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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