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소리 없이 우리 곁을 다녀간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아 낸 것이다.
사랑의 발자국 (곰보빵 중에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베란다에 오이 한 포기를 심었다.
오이를 심은 커다란 화분을 햇볕 잘 드는 창가 쪽에 두었다.
정성껏 물을 주었고, 거름도 주었다.
하..... 꽃이 피었다. 노란 오이꽃이 피었다.
문제가 생겼다.
오이가 생기려면, 오이꽃 위로 나비나 벌이 놀러 와야 한다.
아파트지만 3층이기 때문에 나비나 벌이
놀러 올 수 있을 거야....
베란다에 있는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열어 두었다.
활짝활짝 열어 두었다.
거실에 숨죽이고 앉아 오이꽃을 아무리 지켜보아도
나비와 벌은 보이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오이꽃을 삐들삐들 시들어 갔다.
괜한 욕심을 부린 거라 생각하며
시들어 버린 오이꽃을 들여다보았다.
하..... 그런데 오이꽃 밑동에
아주아주 조그만 오이가 맺혀 있었다.
언제 다녀간 것일까.....
이른 아침이었을까, 캄캄한 밤이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비와 벌이 팔랑팔랑,
부웅부웅 다녀간 것이다.
그대여..... 오늘 하루도 애썼다.
하지만 우리가 애썼기 때문에
오늘 하루를 살아 낸 건 아니다.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소리 없이 우리 곁을 다녀간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아 낸 것이다.
눈 감으면 들리지 않는가.
소리없이 다녀간 발자국 소리가.....
사랑의 발자국 소리가.....
................................................
읽지 않으려 했다.
도중에 그만 두려 했다.
숨기려 했던 나의 모습이
글에서 뭍어 나온 감정을 이해하는
나의 추억이 두려웠다.
끝내 다 읽고 말았다.
젖은 눈가를 훔쳐내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살아 있는 것이
살아 가는 것이 반가웠다.
"누구의 가슴에도 하나쯤은 한낮에도 반짝이는 별빛이 있다."
마음 밑에 항상 떠 있던 나의 별은
희미 하지도 차갑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한낮에도 반짝이는 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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