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 없는 용사 軍番 없는 勇士'는 이만희 감독님의 1966년 작품입니다.
6.25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북한 지역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요. 당시로서는 초호화 캐스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출연 배우진이 화려합니다.
아버지 역의 최남현 선생님, 어머니 역의 황정순 선생님, 형 영호 역의 신영균 선생님, 동생 영훈 역의 신성일 선생님, 형제의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리 역의 문정숙 선생님, 유리의 극중 남편이면서 해당지역의 북한군 정보부장 역을 하는 허장강 선생님, 그외 유격대원으로 분하신 양훈 선생님, 송재호 선생님, 이해룡 선생님, 전양자 선생님 등이 스크린을 꽉 채우고 계십니다.
어린 시절, 선친의 손을 잡고 자주 동네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곤 했었는데요. (이 영화의 1966년 작품이니 저랑 태어난 해가 비슷하네요.)
당시 제 눈과 마음에는 신성일, 장동휘, 최무룡, 신영균 이런 분들은 '좋은 나라 사람', 허장강, 독고 성 이런 분들은 '나쁜 나라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처음 이 영화를 보는 순간, 신성일 선생님께서 북한의 인민군 복을 입고 인민군 장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놀라웠습니다.
당연히 내 각인된 기억 속의 신성일 선생님은 '좋은 나라 사람'이었기 때문에 국방군, 그 중에서도 해병대여야 하고요, 아니면 유격대원이어야 했던 것이지요.
그만큼 캐스팅 자체가 파격적이었던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의 주된 스토리는 사상의 차이에 의한 가족 간의 갈등과 해체 그리고 용서를 향한 아픔과 치유, 하나됨을 이야기 합니다.
이 영화에서 영훈역의 신성일 선생님은 북한의 체제 안에서 다복한 가정에서 자라고 북한의 체제에 합당한 사상으로 무장된 그야말로 군인입니다.
그러나 형 영호역의 신영균 선생님은 그 체제 안에서 자라났지만 인간의 자유를 향한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는 그야말로 민주 투사 입니다.
아버지는 아마도 여러가지 배경으로 인해 북한 공산당의 지역 고위 간부이십니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를 향한 아버지의 사상은 그대로 장남인 영호에게 물려진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말 그대로 이 나라, 이 땅의 어머니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 네 사람은 막내 아들인 영호를 중심으로 가족 간의 갈등과 해체 그리고 용서를 향한 아픔과 치유의 시간들을 함께 감내해 갑니다.
유격대장인 형과 그의 근거지를 알아내기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위해를 가하고 고문하며 끝내 아버지를 총살 할 수 밖에 없었던 막내 아들 영호의 심리와 환경과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아무소리 없이 참아 냅니다.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 길과 어머니의 눈 빛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형 또한 누구를 특히 동생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습니다. 그저 시대와 사상의 차이가 주는 아픔과 고통을 그대로 소화해 내며 동생의 모습을 받아들입니다.
영화는 이 전체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하나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길의 방식을 일깨워 줍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니 새삼 제가 가지고 있는 글 솜씨의 일천함이 부끄럽고 안타깝네요.
꼭, 시간들 내셔서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EBS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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