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선생님의 "칼의 노래"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 입니다.
왜란에 임하는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시간의 흐름을 쫓아 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읽는내내 빨려 들어 전장터를 달리는 내 자신을 쉽게 빼 내올 수 없게하는 김훈 선생의 필력도 대단하시지만 나를 온전히 붙들어 맨 것은 장군의 "쓸쓸함"이었습니다.
장군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능력의 한계나 자신감의 결여가 아닌 충(忠)을 위하여 흘려내는 피의 결과가 전쟁의 승(勝)으로 나타날 것임을 확신하였으나 충(忠)의 대상이 장군에게 내려 줄 평가에 대한 한계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남자로서 부러운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장군의 선택이었습니다.
비록 그것이 내몰린 것이라 할 지라도. 내가 죽어야 할 모습과 죽어야 할 자리 죽어야 할 때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그 큰 용기가 부러웠습니다.
주어진 한계 안에서 주어진 한계보다 큰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몇 가지나 될 수 있을까요...
성웅 이순신이라 일컬으면서 4월 28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이면 "충무공의 노래" (제목이 맞는지 잘 모르겠네요..^^)를 부르며 자라 온 저 에겐, 위대한 사람의 개인 감정은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저 같은 작은 사람에게는 그저 신의 경지에 다다른 위대함 그 자체니까요.
"칼의 노래"를 읽으며, 이순신 장군의 독백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그도 사람이었음을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 참 재미있습니다.
다음은 이 책의 밑줄 친 부분 입니다.
- 새로운 싸움을 시작할 때마다 그 싸움이 내게는 모두 첫 번째 싸움이었다. ~ 싸움은 싸울수록 경험되지 않았고, 지나간 모든 싸움은 닥쳐 올 모든 싸움 앞에서 무효였다.
- 내가 적을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적에게 있을 것이었고, 적이 나를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나에게 있을 것이었다.
- 위관들의 심문은 결국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헛것을 쫓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언어가 가엾었다. 그들은 헛것을 정밀하게 짜맞추어 충과 의의 구조물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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