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늘을 살지요 67>
아이스케키나 하드가 아닌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알게 된 후
그걸 파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없을 거란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안이 너무도 환히 보이는 넓은 창가에 앉아
황홀하게 차가운 밀크쉐이크를 나누는 커플의 모습을
난 경험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아니, 생각하지 않아도 알지만
까까중 머리, 검은 교복 속의 나는
한 번도 이성에게 고백을 받은 적이 없다.
너는 착하고 친절해서 인기가 많을거야란
교회 누나들의 립서비스에는 아무런 미래도 없었다.
어린시절, 청춘의 시간들의 나는
항상 때를 놓친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내 시간들은
미처 해보지 못한 것들 투성이다.
처음보는 사람들 속에서
누가 몇 살인지 추리하는 어른의 세계에
고정 출연자가 된 후
사용하는 존댓말의 양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나의 가벼운 치사함이 나를 툭 칠때도 있다.
내가 나의 모습에 당황한 것이다.
가끔, 나는, 나를, 나의 말로 도울 수 없었다.
지난 날의 모습들이 듬성등성 떠 오를때가 있다.
듬성이든 세밀이든 짚어보고 그려보면
그닥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그저 보통의
날들이었다.
베짱이도 되었다가 개미가 되었다가
그때의 배역에 나름 충실한 보통의 배우 ^^
하지만, 순간의 행복을 인정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온 날들이었다.
그 힘은, 사는 날 동안 언제라도 주어질 하루를
언제라도 같은 하루로 살지 않게 한다.
여전히 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은 다 착해 보인다.
#그림, #강호성작가, #작품명 : #못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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