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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지은 더운밥 한 그릇이 손님에 대한 환대, 공경, 우정, 친밀감 등 사람 사이에
있어야 할 온갖 좋은 것을 다 얹어줄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p82
맞다. 그랬다. 내 엄마가 내게 그러했다.
당신의 피곤과 시장함은 식은밥 물에 말아 밀쳐 내곤, 공부한다. 일한다. 피곤했을
귀한 아들에게 뜨슨밥을 지어 차려 오셨더랬다.
귀한 아들 식사에 뭔가 부족함이 있을까, 다 먹고 물릴 때까지 내쳐 앉아 계시곤도
했다.
정작은 수발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였던 것이다.
귀한 아들 관심사가 듣고 싶고 귀한 아들 인생사가 듣고 싶고 뭐든지 듣고 알고
싶으셨던 것이다.
어쩜, 내 엄마는 당신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대한 이야기
파릇파릇 돋아나는 푸른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
여자의 인생이 아닌 엄마의 삶을 사는 힘겨운 내색 등 말이다.
이 책,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 박완서 선생님은 밥상머리의 엄마처럼
사시는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전해 주신다. 그 말씀이 봄볕처럼 따숩고 가을볕처럼
길게 가슴에 맺힌다.
"나를 스쳐 간 시간 속에 치유의 효능도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
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 p156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내 엄마를 떠 올린 것은 아마도 선생님 삶 속의 사랑과 감사가
스치듯 내 속에 들어와 엄마의 얼굴과 겹쳐진 때문이리라. ^^
다음은 밑줄 친 글들이다.
- 책으로 젊은 피를 수혈할 수도 있다고 믿는 한 나는 늙지 않을 것이다. p148
- 독자가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은 그게 명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읽을 당시의 마음상태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밑줄 긋는 일을 기피했다면 그것도 일종의
허영심이었을 것이다. p154
- 밑줄 친 그 책의 출판 연도를 보면서 역시나 하고 내 생애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렸다. 심한 불면증과 곧 죽을 것 같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한 고통과, 그걸 아무도
눈치채게해서는 안 된다는 잘난 척 때문에 심신이 마모돼갈 때였다. 그래도 그때가 가
장 살고 싶어한 때가 아니었다 싶기도 하다. p154
- 지구의를 조만간 하나 장만해야겠다. ~ 공 모양을 평면에 그려넣기 시작한 인간의 지
혜 때문에 중심과 변방이 생긴 평면 지도를 보는 것보다 한결 지구촌이 사랑스러워질 것이다. p180
- 이 세상이 이다지도 답답한 까닭을 알아낸 것처럼 느꼈으니, 그건 이야기의 부재,
즉 상상력 결핍으로 인한 비전의 실종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p188
- 시는 낡지 않는다. 시간이 지났다고 한물가는 시는 시가 아닐것이다. p216
- 나는 무엇인가? 나는 기억의 덩어리일뿐이다.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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