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이런 단편도 있었구나하며 듣게 된 책이다.
마침 있어서 보고 있어서 듣게 된 것이다.
허망했다.
포말(泡沫)보단
거품이 맞겠단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아파트 단지 사는 아무하고 친하지 않았지만
아무하고나 대개는 낯이 익었고 남 하는 대로 휩쓸리지 않으면
뒤로 욕을 먹을 것 같은 막연한 공포감~"
나다. 우리다.
"예전에 만주로 흘러가던 이민들이 배보자기에 바가지 쪽을
못버리고 악착같이 달고 다니듯이 미국까지 가서도 자기의 삶의
의미를 오로지 자식을 위한 걸로 국한시키는 낡은 의식~"
내 엄마다.
나다.
우리다.
"나는 혹시 남편이 어머니가 안녕하시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혹이 생긴다. 남편은 결코 효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 남편은 나다.
"나는 창을 통해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문득 그가 그린 미래의 집의 포말의 모습은 건물의 모습이 아니라
미래의 가족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뒤를 보인 그도,
바라다보는 나도, 나다.
포말로 부서지는 것이 두렵다.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위의 숱한 내가 반복되는 것이다.
포말과 거품은 함께 붙어 있으면 커진다.
나의 모습으로 알알이 엉켜 있는 것이다.
하나가 터지면,
하나가 두려움을 벗으면,
톡톡톡, 뽁뽁뽁 연이어 터져 비로소 하나가 되어 흐른다.
박완서 선생님은 이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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