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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8

[박완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어린 날 한 때의 이야기 입니다. 아버님이 소천하시고 흘러 간 시간과 그 만큼의 고단한 삶에 매몰되어 갈 때 였습니다.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이웃의 한 남성과 다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투는 것이 아니라 거친 그 자에게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당하시고 계셨지요. 어린 피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혈기를 부린 것이지요. 그 자도 마음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저녁 나절 집 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더군요. 어머님 말씀대로 밖으로 나가 정중하게 사과를 하였습니다. 저도 사실 죄를 지은 것 같아 무섭고 떨려 그 시간까지 멍한채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게 돌아 온 것은 보복의 폭력이었습니다. 참을 수 없었겠지요. 나는 참아야 했습니다. 순간, 세째 누님이 눈물을 흘리며 달려 들었습니다. "이 아이가 어떤 아.. 2012. 3. 3.
[박완서,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 일상의 일탈을 위해 잠시 도망쳐 나온 시간. 도망치긴 했어도 갈 곳은 딱히 없는 발걸음은 역시나 서점으로 인도됐는데.... 입구에서부터 쫙 깔려 있는 박완서 선생님의 책들이 발길을 묶어 놓았지요. 사실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모 교수의 책을 내친김에 다 사서 읽어야겠다는 결의가 충천했었는데.... 하릴없이 왔다 갔다 갈등아닌 갈등을 하다가 다시금 선생님을 추념하며 작품들과 묶음집들을 모아 놓은 매대에서 또 한참을 그렇게 하릴없는 갈등을 했습니다. 이 것도 읽고 싶고 저 것도 읽어야 겠고 이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저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이 추억의 맛도 좋았고 저 추억의 맛도 좋았고 이 시대의 가족도 내 가족이고 저 시대의 가족도 내 가족이고 역시 "마지막 소설집"이라는 강렬함이 이기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의.. 2012. 2. 25.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책이 언제 나왔는지가 먼저 궁금해졌습니다. 아마도 내가 얼마만큼이나 늦게 이 책을 읽게 된 것인지 궁금하고 그마다 기간이 짧아 조금은 덜 미안하고 창피하기를 바랐던 것이지요. 보니까. 1992년 10월 15일 초판 1쇄 발행부터 2002년 6월 14일 재판(두 번째) 76쇄 발행 이더군요. 아마도 제 손에 들려 있는 이 책은 2002년 6월 14일, 내 아들이 세상에 나오기 전 곡 한 달 앞서 발행된 76쇄 가운데 하나이겠지요. 언젠가 이야기한 것처럼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아련한 기억 속에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절로 미소를 짓고 모르게 흐르는 늦게 알아채는 마력에 빠지게 됩니다. 그것은 선생께서 이 책에서 말씀하신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2011. 12. 22.
[박완서]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박완서 선생님의 글은 항상 감동이다. "어쩜 이리도 맛깔나는 글을 쓰실까.", "어쩜 이리도 내 삶의 모습을 그려내실 수 있을까.", "어쩜 이리도 우리네 사는 모습을 담아낼 수 있을까." 등등등 그런 마음의 존경과 동경과 가까움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이 책과의 만남은 말 그대로 우연이 주는 선물이었다. 고객사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한 길은 바로 가는 것이고, 또 한 길은 돌아 가는 것이다. 멍한 걸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게 된 그날, 갈아 타려 내려야 할 정거장도 하나 전에서 내리 게 된 그날. 내 눈 앞에는 "알라딘 중고 서점"이 입 벌려 유혹하고 있었다. 내려가 짐짓 든 것이 많은 듯 눈을 희번덕거리다 만난 것이 이 책이다.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이라는 것 또한 기쁨 그 자체인데 더군다나 '묵상집.. 2011.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