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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by manga0713 2014. 8. 18.

 

 

 

 

 

난해하지만

끌려들어가는 글이 가끔 있다.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가 14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근디 분량이 149쪽이야)이다.

 

연휴 내내 몇 번을 보고 있는 데

마치 '칡' 같다.

 

씹을수록 단내가 난다.

단내는 밀란 쿤데라의 단내다.

그가 세계를 보는 아이러니와 모호성의 단내다.

의미 과잉의 시대에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는 무의미의 축제로부터 풍겨 나온 단내다.

 

재미있다. 나도 배꼽에 대한 고찰을 진행해야 같다.

 

다음은 나를 사로잡은 '사과쟁이' 대한 본문 글이다.

 

…………..

 

죄책감을 느끼느냐 느끼느냐. 모든 문제는 여기에 있는 같아. 삶이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지. 다들 알아. 하지만 어느 정도 문명화된 사회에서 투쟁은 어떻게 펼쳐지지? 보자마자 사람들이 서로 달려들 수는 없잖아. 대신 다른 사람한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거야. 다른 이를 죄인으로 만드는 자는 승리하리라. 자기 잘못이라 고백하는 자는 패하리라. 네가 생각에 빠져서 길을 걷고 있어. 어떤 여자가 맞은편에서 오는데 마치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왼쪽도 오른쪽도 보고 그대로 전진하는 거야. 툴이 서로 부딪쳐, , 이제 진실의 순간이야. 상대방한테 욕을 퍼부을 사람이 누구고, 미안하다고 사람이 누굴까? 전형적인 상황이야. 사실 서로에게 부딪힌 사람이면서 동시에 서로 부딪친 사람이지. 그런데 즉각, 자발적으로, 자기가 부딪쳤다고, 그러니까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가 하면 즉각, 자발적으로 자기가 상대에게 부딪힌 거라고, 그러니까 자기는 잘못한 없다면서 대뜸 상대방을 비난하고 응징하려 드는 사람들도 있지. 이런 경우 너라면 사과할 같아 아니면 비난할 같아?

나라면 분명 사과하겠지.

아이고, 친구야, 너도 사과쟁이 부대에 속한다는 거네. 사과로 다른 사람의 환심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맞아. 사과하지 말아야 .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모두 빠짐없이, 쓸데없이, 지나치게, 괜히, 서로 사과하는 세상, 사과로 서로를 뒤덮어 버리는 세상이 좋을 같아.

 

자신을 탄생시킨 가지 증오, 남자가 오르가슴에 이른 순간 동시에 일어난 남자의 증오와 여자의 증오, 흔적을 찾아내려 했다. 온화하면서 신체적으로 강한 남자의 증오와 대담하면서 신체적으로 약한 여자의 증오가 이룬 짝짓기. 그러니 그런 가지 증오의 열매가 사과쟁이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아버지가 그랬듯이 온화하고 섬세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생각했던 아버지처럼 언제까지고 침입자일 것이었다. 그러니 준엄한 논리에 따라 침입자이면서 동시에 온화한 사람은 평생 사과를 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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