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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박완서] 호미

by manga0713 2014. 8. 9.

 

 

 

 

선생님은 이렇게 이별을 준비하고 계셨구나하는 느낌을 들게 한 책.

 

누구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저마다 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무리한 주문은 하지 말아 달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조금해져 가는 마음에 콕 박혀, "그래! 무리하지 말자. 재촉하지 말자. 호미로 한 두덩 두 두덩 그렇게 김을 매며 가자꾸나."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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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꽃들이 말을 듣는다고 해서 노랗게 피는 한테 빨갛게 피라거나, 분꽃처럼 저녁 한때만 피는 한테 온종일 피어 있으라는 무리한 주문은 안 한다.

 

자연의 질서를 긍정하고, 거기 순응하는 행복감에는 그런 불안감이 없다. 아무리 4월에 눈보라가 쳐도 봄이 거라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변덕도 자연 질서의 일부일 원칙을 깨는 법은 없다. 우리가 죽는 날까지 배우는 마음을 놓지 말아야 것은, 사물과 인간의 일을 자연 질서대로 지킬 있는 방법에 대해서가 아닐까.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이 혹은 누군가가 거두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