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을 집중적으로 묵상하고 예수님의 삶을 자신의 삶속에서 나타내고 실천하는 귀한 기회입니다. 그래서 사순절 기간 동안에는 나의 필요를 구하기보다는 예수님이 걸어가신 자발적 고난과 희생의 길을 묵상하며, 주님게서 가신 길을 우리도 따르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서 경건하게 보내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전통입니다. 그러므로 사순절을 보내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묵상해야할 것은 당연히 그리스도와 주님께서 기꺼이 지신 십자가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기독교의 중심이 그리스도인 것과 그리스도께서 지신 십자가인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 사도 바울은 기독교의 표상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를 강조하고, 그리스도인의 삶의 중심에 자리잡아야 한다고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로마서 5:1-11을 보면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로마서 5:8 말씀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 때문에 영원한 저주 속에 있어야할 인간들이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었고, 하나님의 은혜를 얻게 되었고, 하나님의 사랑을 만끽하게 되었고, 하나님 안에서 하늘 기쁨과 평안을 누리게되는 놀라운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한 기독교는 “No Cross, No Crown!, 십자가 없이는 영광도 없다”는 것을 증언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삶은 언제나 그러해야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특별하게 기념하는 사순절 기간은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님의 십자가를 깊이, 정말 가슴 깊이 묵상하는 절대적으로 귀한 시간인 것입니다.
바울이 활동했던 당대에는 표적을 구하는 이들(유대인)과 자기논리의 합리성에 절대가치를 부여한 이들(헬라인)이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이것과는 정반대의 절제와 겸손과 섬김, 그리고 나눔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묵상한다는 것은 바로 대세에 역행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이 시대의 대세는 방종과 허무입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한다는 것은 바로 주님처럼 절제하고, 주님처럼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주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는 사순절이 진정으로 귀한 기간이 되기 위해서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절제와 나눔’으로 나타나는 경건한 삶인 것입니다.
언젠가 아주 키가 훌쩍 큰 서양 여인이 남자 검정 고무신을 신고, 포대기로 아이를 업은 채 바닷가에 서서 석양을 바라보는 그림을 보게 된 적이 있습니다. 그림 속 그 여인은 32살 처녀의 몸으로, 한국에와서 54살에 별세한 서서평 선교사(본명 엘리자베스 쉐핑)였습니다. 그녀는 한국에 있는 동안 한센병 걸린 사람을 섬겼고, 한센병 걸린 아이 14명을 양자로 키워 ‘한센병 환자의 어머니’로 불렸습니다. 누렇게 바랜 옥양목 저고리에 검은 통치마를 입고, 맞는 신발이 없어 남자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니면서 시장통을 헤매는 여자 한센병 환자와 거지를 만나면, 집에 데려다 목욕시키고 먹이고 옷 입히는 사역을 했습니다. 이 분의 영향으로 한센환자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최홍종 목사님도 나오고 손양원 목사님도 나왔습니다. 1934년 7월 7일 광주시 최초 시민사회장으로 거행된 장례식에 수백 명의 한센환자와 걸인들이 몰려와 "어머니, 어머니!"를 외치며 오열했을 정도로 크리스천은 물론 불신자, 사회인사, 일본인 전남지사까지 눈물로 존경을 표했습니다. 서서평 선교사는 조선인들을 넘치는 주님의 사랑으로 섬기다가 가신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 남긴 것이 두 벌 옷, 담요 반장, 쌀 2홉, 동전 7전이었습니다. 사망원인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느라 자신을 돌보지 않아 걸린 영양실조. 그녀의 침대 밑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Not success, but service"(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다).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영적인 깊이를 더해서 ‘성공’을 추구하기보다는 ‘절제’를 통한 진정한 내면적인 경건과 ‘나눔’을 통한 적극적인 경건이 나타나길 주님의 이름으로 부탁드립니다.
- 서울 드림의교회 이상화 목사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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