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
민들레 피리
햇빛 따스한 언니 무덤 옆에
민들레 한 그루 서 있습니다.
한 줄기엔 노란 꽃
한 줄기엔 하얀 씨.
꽃은 따 가슴에 꽂고
꽃씨는 입김으로 불어 봅니다.
가벼이 가벼이
하늘로 사라지는 꽃씨.
-- 언니도 말없이 갔었지요.
눈 감고 불어 보는 민들레 피리
언니 얼굴 환하게 떠오릅니다.
날아간 꽃씨는
봄이면 넓은 들에
다시 피겠지.
언니여, 그때엔
우리도 만나겠지요.
"윤동주 평전"을 쓴 소설가 송우혜는
"어른은 행복할 때에만 동시를 쓸 수 있다. 행복할 때에만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썼답니다.
행복, 어린아이의 마음, 동시
모두가 연결되어지고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하지만, 그래서 그렇다고 그의 말에 동의도 하지만,
내가 읽은 "민들레 피리", 어른들의 동시는 왠지 슬프고 아련했습니다.
내 기억의 동시와 시는
외로움과 허전함을 채우던 혼잣말이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특히, 윤동주의 "귀뚜라미와 나와"에서는,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아무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들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귀뚤귀뚤 ~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로 나의 슬픔은 "천지삼겨"(춘향전 중)의 "실솔"(귀뚜라미)이 떠 올라 기다림의 그 쓸쓸함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어른의 동시는 어린 날의 나를 위로하는 실솔의 노랫소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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