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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김훈] 풍경과 상처

by manga0713 2014. 9. 9.

 

 

 

 

돈과 시간과 잼에 익숙한 여행자의 눈을 사유라는 자신과 함께 하는 여행자의 눈으로 붙들어 놓는 글이다.

다소 어렵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건 작은 지견이 김훈 선생의 페이스를 따라갈 체력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다음은 책의 밑줄 부분이다.

 

정원은 인공의 낙원이다. 꿈속의 낙원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든 낙원은 인공의 낙원이다. 도가의 무릉도원이나 한산습득의 천태산이나 혹은 마르크스의 국가소멸단계가 그러므로 모두 인공의 낙원인 것이다. 인간은 욕망을 사회경제적으로 정당화하고 정당화된 욕망을 제도화함으로써 낙원을 지향할 수도 있지만, 욕망의 뿌리를 제거함으로써 낙원을 지향할 수도 있다. 욕망을 제거하려는 길과 욕망을 완성하려는 길이 마음속에서 엇갈리면서 사람들의 꿈은 엎어지고 뒤벼지며, 사람들의 말은 끝없는 동어반복으로 중언부언을 거듭하고 있다.

 

돌은 무의미한 돌이다. 그러므로 세연정 연못 안의 돌의 의미는 연못을 만든 사람이나 연못을 관찰하는 자들이 부여한 의미이다. 무의미한 것들에 의미를 가량하는 자들의 시선이 닿을 , 무의미한 것들은 사물성의 벽에서 풀려나 언어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세연정 연못 속의 돌들은 그렇게 흘러간다.

 

말은 바람처럼 스쳐갈 뿐이다.

 

언어는 개념의 벽을 뚫고 나와, 흘러간다.

 

자신이 비어 있는 존재들만이 음악을 이루는 소리를 생산해낼 있다. 모든 악기는 비어 있거나 공명통을 가지고 있다.

 

악기의 꿈은 무기 속에서 완성되고 무기의 꿈은 악기 속에서 완성된다. 그것들은 서로가 서로의 잃어버린 반쪽이며, 찾아 헤매는 반쪽이지만, 찾아 헤맬수록 그것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서 그것들은 이제는 세계의 극지로 갈라져 있다. 악기는 비어 있음의 소산이고 무기는 단단함의 소산이다.

 

김정호는 혹시나 문둥이는 아니었을까. 대동여지도를 들여다보면서, 멋대로 가려는 생각 속에 떠오른 것은, 없는 세상, 없는 세상, 말하여지지 않는 세상에 마음을 비비는 행려병 문둥이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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