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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기 드 모파상] 비계 덩어리 Boule de Suif

by manga0713 2022. 6. 12.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내가(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삶을 위한 나의 본능은 생각보다 먼저 어떤 행동을 취할까?

후에 나는 그것을 느낄까?

나의 본능에 휩쓸린 사람을 기억할까?

 

읽는내내 그리고 또 한 동안

'나'에 대하여 어두웠다.

 

"비계 덩어리 (Boule de Suif)"는 주인공 여인이 불리는 이름이다.

"비계 덩어리 (Boule de Suif)"는 여인의 외모와 하는 일을 비하한다. 그 여인은 창부이다.

 

살고자 힘을 발휘하여 올라 탄 마차

살려는 목적은 같지만 목적의 의미가 다른 사람들이

꼭 마차만큼만 모여있다.

그 좁은 공간

그 짧은 간격

그 속을 가득매운 판단의 시선....

 

가다보니 여행길은 길어졌다.

 

먹을 것, 입을 것, 쉴 곳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을 드러내고자하는 그 위치까지 오게해준 '셈법'의 장난에 빠지고 말았다.

 

그 여인은?

살아 온 날들이 그녀를 단련했으리라.

 

무겁지만,

번거롭지만,

남사스럽지만,

먹어야 사니까,

좀 많아 보여도, 준비했다.

준비된 것들 또한 그녀를 단련했으리라.

 

그래도 내어 놓았다.

 

모멸의 시선을 그렇지 않은 듯 던지며

그 좁은 공간에서 조차도 멀어지려 했던

그 짧은 간격에서 조차도 외면하려 했던

그런 사람

그런 여자

그런 음식

외면하지만 살고자 떠나 온 길이 현명한 판단과 합리를

제공한다.

 

나는 호의를 받을 줄 아는 친절한 사람이니까.

먹는다.

웃는다.

바라본다.

곁을 내 준다.

말도한다.

나는 사랑을 아는 친절한 사람이니까.

어느새 바구니가 비었다.

 

문제가 생겼다.

살길로 나아가야 할 마차가 움직이지 못한다.

셈법이 확신을 준 시간도 막막히 흘러간다.

나아감 없이 흘러감의 갑갑함이 칼집을 뚫고 나온다.

 

지배자가,

원수가,

무덤문이,

그녀를 원한다.

저 비계 덩어리를.....

단지 그것 뿐이다.

단지,

단지.

 

잠시 함께였고, 우리였고, 이웃이고, 형제였던 사람들의 머리는

노골적이며 시원하며 정곡을 꿰뚫은

이제는 동지가된 또 다른 한 여인의 말에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아니, 선택한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서 늙어 죽을 수는 없어요.

그 창녀는 모든 남자들과 그 짓을 하는 게 직업이니까,

이 사람 저 사람 가릴 권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맞아 우리가 죽을 수는 없지.

내가 왜 저 비계 덩어리 때문에.....

 

'나'로 서 있었던 사람들은 어느새

 

"그들은 마치 포위되어 있는 요새를 공략할 것 같이 오랫동안 전략을 준비했다.

각자가 맡은 역할,

뒷받침할 논리,

실행해야 할 술책 등에 합의를 보았다.

이 살아있는 요새가 그 품안에 적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하기 위해서

사용할 작전 계획, 전략, 기습을 결정했다."

 

결정타!

그것이 필요해!

저 요새에 구멍을 내고 말

결국은 우리를 승리로 이끌

신의 뜻을 알아야 해!

전해야해!

 

"그렇다면 수녀님은 동기만 순수하다면 하나님이 온갖 수단과 그 행위를 용납해주신다고 행각하시나요?"

 

"누가 그것을 의심할 수 있을까요. 부인! 그 자체는 비난받을 행위일지라도

그 행위의 명분이 된 사상에 의해서 그것은 찬양받을 만한 일이 되는 법입니다."

 

그들은 "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을 은밀히 행한 것이다.

수녀들은 내내 함께 있었다.

사람들과 사건과 시간 속에 말이다.

 

그녀는....

 

마차가 움직인다. 살 곳을 향하여

희망의 찬가가 울린다.

마침 배도 고프다.

삶이 준 지혜대로 준비한 음식이 있잖은가.

마시자.

먹자.

 

힘차게 나아가자 살 곳을 향하여!

 

아무도

그녀에게 먹기를 권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하고는 관계가 없었던 것처럼

 

아무도

그녀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처음과는 달리

울고 있는 것이다.

눈물로 자신을 달래는 것이다.

 

아! 하나님하며

탄식이 나왔다.

 

이들은 바로 '나'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