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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오 헨리] 손질이 잘 된 램프

by manga0713 2022. 6. 19.

[ from barnsandnoble ]

 

 

 

"열 처녀의 비유"라고 불리는, 성경 마태복음 25장 1절 - 13절 까지의 말씀이 있다.

 

1) 그 때에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
2) 그 중에 다섯은 미련하고 다섯은 슬기 있는지라
3) 미련한 자들은 등을 가지되 기름을 가지지 아니하고
4) 슬기 있는 자들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등과 함께 가져갔더니
5) 신랑이 더디 오므로 다 졸며 잘새
6) 밤중에 소리가 나되 보라 신랑이로다 맞으러 나오라 하매
7) 이에 그 처녀들이 다 일어나 등을 준비할 새
8) 미련한 자들이 슬기 있는 자들에게 이르되 우리 등불이 꺼져가니 너희 기름을 좀 나눠달라 하거늘
9) 슬기 있는 자들이 대답하여 가로되 우리와 너희의 쓰기에 다 부족할까 하노니 차라리 파는 자들에게 가서 너희 쓸 것을 사라 하니
10) 저희가 사러 간 동안에 신랑이 오므로 예비하였던 자들은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힌지라.
11) 그 후에 남은 처녀들이 와서 가로되 주여 주여 우리에게 열어 주소서.
12) 대답하여 가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너희를 알지 못하노라 하였느니라

13)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시를 알지 못하느니라

 

 

루우와 낸시는 친구다.

내일의 소망을 품고 오늘을 열심히 산다.

 

루우는 품삯은 좋으나 고된 다림질 일을 한다.

낸시는 품삯은 적으나 상류계층을 접할 수 있는 백화점 점원 일을 한다.

 

낸시는 상류계층을 보고 배우고 익히며 산다.

적은 품삯이지만 나름 자신에게 투자를 하며 사는 셈이다.

 

루우도 나름 자신에게 투자를 하며 살지만 그녀의 계획은 그리 장기적이진 않다.

그녀는 낸시에겐 없는 남자 친구도 있다.

그는 귀족도 부자도 아니지만 건실하다.

 

루우는 품삯이 적은 환경을 쉽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은 낸시가 안타깝다.

허황된 것처럼 보여 때로 이죽거리기도 한다.

 

낸시도 나름 좋은 기회가 올 때가 있었다.

왕부자는 아닐지라도 부자의 대시를 받은 것이다.

그정도쯤이면 낸시에게는 신분 상승이요 꿈의 이룸일 수도 있겠다.

낸시는 아랑곳 없다.

 

루우의 눈엔 그런 낸시가 우습다.

 

변함없는 날들이 지루하게 흐르던 어느 날

루우의 남자친구는 루우에게 버림받는다.

그날 그와 낸시는 사귀기 시작한 첫 날이된다.

 

석달 후 루우와 낸시는 우연히 만나게 된다.

낸시는 변함없지만 루우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보다.

 

"루우는 친구를 바라보는 동안에 재산 따위보다 더 소중한 그 무엇이 눈 속에서

아름답게 반짝이고, 두 볼에서 장미보다 더 붉게 빛나고 혀 끝에서 굴러나오려고

전기처럼 약동하는 그 무엇이 낸시의 몸에 갖추어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한채로 있는 낸시는 값비싼 털가죽 외투, 번쩍거리는 보석, 재단사가 솜씨를

발휘한 최신형 의상 속의 루우를 보며 말한다.

 

"다음주에는 백화점을 그만둘 참이야. 이 세상에서 제일 근사한 사냥감을

기어이 쏘아 맞혔거든."

 

"루우, 이젠 너도 상관없을 테지?

나, 댄과 결혼하게 되었어, 댄과.

그이는 이제 나의 댄이야, 근사하지 않니?"

 

댄은 루우가 떠난 그 남자이다.

 

소설은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머리를 깍아 올리고 만질만질한 얼굴을 한 젊은 경찰관이- 이런 친구 덕분에 경찰은 적어도 겉보기에는 얼마간 볼품이 있게 되어있지만- 공원 모퉁이를 천천히 걸어왔다. 비싼 털가죽 외투를 입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여자가 공원의 철책 앞에 웅크린 채 심하게 흐느끼고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띄었다. 여위고 검소한 옷차림의 직업 여성 같은 여자가 그 곁에 쪼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는 여자를 달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백색과 흑색과 갈색의 혼혈아인 경찰관은 새로운 시대의 인간이었으므로 못 본 체하고 그 곁을 스쳐 지나갔다. 왜냐하면 그 소리가 가장 먼 별에 이르기까지 경찰봉으로 길바닥을 두들겨봤자, 그가 대표하는 경찰권에 관한 한 이런 문제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슬기롭게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우와 낸시 중 누가 소망, 아니고 소원, 아니다.

이게 아니고, 이렇게 묻자!

현재까지의 두 사람은 성공했는가?

지금의 두 사람은 행복한가?

앞으로는?

 

루우의 눈물 때문에

낸시의 만족 때문에

두 사람의 현재까지와 지금과 내일을 평가할 수는 없겠다.

 

모두에서 소개한 성경이야기 "열 처녀의 비유"로 가보자.

그 이야기는 등잔보다는 기름에 힘이 실려 있다.

 

당연히 기름이 있어야 등잔을 켤 수 있다.

당연히 등잔이 켜져야 밝힐 수 있다.

 

사람이 처한 각 순간에 필요한 기름이 무얼까?

사람이 처한 각 순간에 힘을 내는 심지는 무얼까?

사람이 처한 각 순간에 자신의 앞을 비추는 빛은 무얼까?

 

이 모든 것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무얼까?

 

사랑?

지혜?

또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