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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우리가 같은 세계에 있고, 같은 것을 본다는 것을 알고 싶었다. "1Q84 Book3" [무라카미 하루키]

by manga0713 2010. 9. 25.
1Q84 3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양윤옥역
출판 : 문학동네 201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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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 http://connect.in.com/two-moons-2010/photos-a-dream-in-1q84-51636d15ebb11e7a.html]


오늘, 다 읽었습니다. 기뻐요, 그런데 뭔가 남은 듯한 가슴은 시원하지 않습니다. 이야기 속, 한 남자의 죽음 때문입니다.


먼저 2009년 10월 29일 나의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choeungjin/memo/130072451241)에 적었던 후기를 옮겨 봅니다.

........
이 책을 통하여 무라카미는 우리의 의식 속에 실재하는
오늘의 또 다른 오늘, 사실의 또 다른 사실이
추억으로, 상상(??)으로 연장되어 가고 있음을 일깨우는 듯 하다.

초등학교 5년, 어느 한적한 시간의 교실,
외로움에 익숙한 친구와 그녀의 우호적 관찰자인 남자.

아모마메란 특별한 이름의 그녀,
덴고라는 평범한 이름이지만 특별한 남자였던 그.

그들의 추억은 살아가야 할 현재 속에 묻힌 듯 연결되어 있다.

살아가야 할 현재 속에서 묻힌 듯 연결되어진 추억의 도출은
그에 합당한 매개가 있어야하는건가?

무라카미는 그 매개를 위한 판타지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누구든 한 번 읽어 보시라.
추억과 시간과 과거와 현재와 현실과 상상과
동전의 앞뒤와 같이 항상 함께 되어져 가는 그 모든 것을
판타지로 풀어가는 무라카미의 필력을 느끼실 것이다.
........

네, 맞습니다. 우리네 삶의 모습은 "살아가야 할 현재""살아가야 할 현재 속에 묻힌 그 무언가"를 넘나드는 위태함입니다. 현재와 현재에 묻힌 것의 넘나듬은 추억 속에 지켜야 할 약속이든, 추억을 현재와 미래로 지탱케 하는 사랑이든 가슴에 남는 애절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덴고는 시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인간은 시간을 직선으로 인식해, 길고 반듯한 막대에 눈금을 새기는 것처럼. 이쪽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 이 뒤는 과거, 그리고 지금은 이 포인트에 있다, 라는 식으로....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은 직선이 아니야. 어떤 모양도 갖고 있지 않아. 그건 모든 의미에서 형태를 갖지 않는 것이야. 하지만 우리는 형태 없는 것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없으니까 편의상 그걸 직선으로 인식하지... [p77 덴고]"

시간은 결국 현재이지요. 결국 우리가 살아내야 할 삶인 것이지요.
그 삶 속에서 가슴에 남는 애절함을 간직하는 사람과 외면한 사람의 이야기가 바로 3권의 내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애절함을 간직한 사람들은 덴고와 아오마메 입니다.

1Q84의 계에서 아오마메는 이런 말을 합니다.

"
나는 우연히 이곳으로 실려온 것이 아니다. 나는 있어야 하기에 이곳에 있는 것이다. 이곳에 있는 것은 나 자신의 주체적인 의사이기도 하다. [p585 아오마메]"

왜 그럴까요?

아오마메에게 1984의 계이든 1Q84의 계이든 세상, "
만일 그것이 덴고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내 이야기이기도하다면, 나도 그 줄거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라는 확신과  "우리가 같은 세계에 있고, 같은 것을 본다는 것을" 알고 싶은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애절함에 대한 확신과 열망은 덴고에게도 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현실의 바람에 마음의 불꽃이 꺼지는 일은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만나고 맺어집니다. 1Q84의 계이든 1984의 계이든 같은 하늘 밑에서 "
우리는 이 세계를 각자 다른 말로 부르고 있었던 것"을 깨닫고 "내가 나 자신으로서 이곳에 -이곳이 설령 어디건-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이야기를 마칩니다.

참 멋있죠? 저는 여기서 애니메이션이 하나가 생각이 났습니다. 한 번 보시고 각 사람의 감성의 흐름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

2010/09/21 - [영화 이야기] - 꿈과 사랑으로 이어진 그 곳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雲のむこう, 約束の場所"

애절함을 외면하려 했지만 외면에 괴로워했던 사람은 우시카와 입니다. 3권을 읽는내내 제 마음을 끌고 결국은 무겁게 만든이 우시카와, 교단의 조사 용병으로 덴고와 아오마메를 추적하다 결국 두 개의 달을 목격하고서 자신이 애써 외면하며 살아 온 모습이 외면이 아니었음을 쓸쓸히 확인한 채 죽어간 사람, 우시카와...

우시카와는 아오마메를 추적합니다. 그러면서도 뭔가에 쫒김을 당합니다. 교단일까요? 아님 외면을 외면하라는 시간의 촉박한 촉구일까요?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는 당신에게 다가가고 있어.” 하지만 거꾸로 우시카와의 등 뒤에 바짝 따라 붙은 것도 있었다. 시간이다. 우시카와에게 아오마메를 추적한다는 것은 동시에 시간의 추적을 뿌리치는 작업이기도 했다. [p160 우시카와]

우시카와는 참 쓸쓸하게 살았습니다. 쓸쓸하게 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의 마음에는 항상 덜 녹은 동토 덩어리 같은 것이 있었다. 그는 그 단단하고 차가운 심지와 함께 인생을 살아왔다. 그것을 차갑다고 느낀일조차 없다. 그것이 그에게는 이른바 ‘상온'이었기 때문이다. [p464 우시카와]"

왜! 이런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상처 때문입니다. 상흔이 너무 깊어, 또 아프게 될까봐 차마 건드려 치료하지도 못하는 상처 때문입니다.

"
만일 자신(우시카와)이 조금 더 괜찮은 외모를 갖고 태어났더라면 ~ 그건 우시카와의 상상을 뛰어넘는 만일이었다. 우시카와는 너무도 우시카와여서 그곳에 다른 가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비뚤어진 큼직한 머리통과 튀어나온 눈, 짧고 휘어진 두 다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비로소 여기에 우시카와라는 인간이 있는 것이다. 회의적이면서도 지식욕이 넘치고, 말수가 적으면서도 웅변적인 한 소년이 있는 것이다. [p307 우시카와]"

세상의 분주함은 사람들에게 "시간의 추적"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고독"을 선물이랍시고 던져주는가 봅니다. 그 지독한 고독 속에서 분주히 살아가는 것 같았던 우시카와는 "치워져야 할 폐기물로서의 의미만 남긴채 " 죽습니다.

이 죽음, 이 죽음의 상황과 상태가 제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했습니다. 유복한 가정이었지만 사랑 받지 못했던 그의 어린 날, 혼자 고독하게 공부하며 이루어 낸 그러나 오래가진 못한 변호사라는 성취, 가정을 이루고 아내와 딸들이 있었지만 사랑과 이해가 없었던 결혼생활, 아오마메를 추적하는 내내 그의 정신을 괴롭혔던 그 가정에 대한 그리움, 결국 죽는 순간 마지막에 떠 오르는 것이 그가 가정을 꾸렸던 그 집 마당의 뛰놀던 개, 왜! 이 개인가하는 의문............

내게 우시카와의 이 죽음은 너무나 아프고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죽어가지 않도록 쓸수도 있었을텐데 무라카미는 왜 이렇게 우시카와를 상실 시켰어야했는지 많이 아쉽습니다.

덴고, 아오마메, 우시카와 세 사람 모두 상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상흔이 지난한 "시간의 추적""상실에 대한 두려움""고독"으로 그들의 삶의 시간들을 채워왔던 것입니다.

아마도 하루키는 외로운 자신들과 대화하기를 권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시간의 추적이 주는 조바심"이든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든 "뭔지 모를 허탈함에 오는 고독"이든 그 무엇이 자신을 몰아치고 "이럴수 밖에 없잖아!"라는 변명을 채워주더라도, 자신을 찾아 대화하기를 권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찾아가는 길을 찾아 봅시다.
자신과의 대화의 꺼리를 찾아 봅시다.

추억이든 사랑이든 소망이든 사람이든 그 무언가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