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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윤동주, 윤일주] 민들레 피리

by manga0713 2019. 3. 2.

 

[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

 

 

 

 

민들레 피리

 

 

햇빛 따스한 언니 무덤 옆에

민들레 한 그루 서 있습니다.

한 줄기엔 노란 꽃

한 줄기엔 하얀 씨.

 

꽃은 따 가슴에 꽂고

꽃씨는 입김으로 불어 봅니다.

가벼이 가벼이

하늘로 사라지는 꽃씨.

 

-- 언니도 말없이 갔었지요.

 

눈 감고 불어 보는 민들레 피리

언니 얼굴 환하게 떠오릅니다.

 

날아간 꽃씨는

봄이면 넓은 들에

다시 피겠지.

 

언니여, 그때엔

우리도 만나겠지요.

 

 

 

"윤동주 평전"을 쓴 소설가 송우혜는

"어른은 행복할 때에만 동시를 쓸 수 있다. 행복할 때에만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썼답니다.

 

행복, 어린아이의 마음, 동시

모두가 연결되어지고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하지만, 그래서 그렇다고 그의 말에 동의도 하지만,

내가 읽은 "민들레 피리", 어른들의 동시는 왠지 슬프고 아련했습니다.

 

내 기억의 동시와 시는

외로움과 허전함을 채우던 혼잣말이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특히, 윤동주의 "귀뚜라미와 나와"에서는,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아무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들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귀뚤귀뚤 ~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로 나의 슬픔은 "천지삼겨"(춘향전 중)의 "실솔"(귀뚜라미)이 떠 올라 기다림의 그 쓸쓸함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어른의 동시는 어린 날의 나를 위로하는 실솔의 노랫소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