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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그를 묶어 놓은 것은 무엇일까?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by manga0713 2010. 11. 17.



이시가미는 고개를 저으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어다. 그는 몸을 휙 돌리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우우우우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절망과 혼란이 마구 뒤섞인 비명이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마구 뒤흔드는 울림이었다.
...
유가와가 (경찰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를 잡지마!. 울게라도 해주게....
...

아니, 이게 왠 혼란인가? 하셨죠? 이 책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시가미는 왜 그토록 처절하게 울부짖는 것이며 유가와는 어떤 이해로 그를 울게 놔두는 것일까요?

천재이지만 천재의 따분함을 홀로 즐기던 수학교사 이시가미가 사는 허름한 아파트, 그의 집 바로 옆으로 모녀가 이사를 옵니다. 그저 이웃으로 알고 지내고 그저 벽넘어로 들여오는 소리로 그들의 삶을 가늠할 수 밖에 없는 날들 속에서 사건은 벌어지고 맙니다.

저자는 뻔한 상황과 뻔한 결과 속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범인들을 알려줍니다. 네, 맞습니다. 이제부터가 추리의 시작인 것 입니다.

또 하나의 천재가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물리학을 전공하는 천재 유가와. 이시가와와는 동창입니다. 서로의 천재성을 인정하면서 잊은 듯 살아왔던 존재들입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변방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늘로부터 받은 축복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마뜩지 않은 날들에 자신을 매몰시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합니다. 아니 속으로 복잡한 모습들을 겉으로의 단순함으로 속여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시가미는 옆집 여인에게 보낸 메모에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마음을 적어 보냅니다.

"당신(야스코)은 모르겠지만, 당신은 내 삶에 의미를 주었다." 라고 말입니다.

야스코는 체념한 이시가미 앞에 다가와 이야기를 합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우리를 위해서.....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그저 이웃일뿐이었습니다. 오가며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그런 관계였습니다. 그저 벽넘어 들리는 작고 희미한 소리로 한 걸음 한 걸음 그려 갈 뿐인 그런 관계였습니다.

무엇이 그를 묶어 놓은 것일까요?
무엇이 그들을 묶어 놓은 것이며, 무엇이 그들의 묶인 연을 풀어 놓을 수 있을까요?

사랑인가요?

용의자 X의 헌신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Keigo Higashino) / 양억관역
출판 : 현대문학 200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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