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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말들

[사랑밭새벽편지] 검은 바나나

by manga0713 2011. 11. 16.
지금부터 10여 년 전,
저는 세 아이들을 방 한 칸에서 다 재우곤 했습니다.
아이들을 두고 나가서 일할 만한 곳이 없어
좁은 방 안에서 인형 속에 솜도 넣어 꿰고,
볼펜도 조립해봤습니다.
돈이 별로 되지 않았죠.

하루는 집 앞에서 10분 정도 거리의 슈퍼를 지나는데
가격표가 없는 바나나가 있더군요.
먹을 때가 지났는지 드문드문 검정색으로 변해있더군요.
팔 물건은 아니고, 처분하려고 놔둔 것일까..

주인 아저씨가 저를 유심히 바라보더군요.
"이거 얼마에요?"
라고 물었는데 아저씨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오백 원에 드릴 테니 가져가세요."

제가 행색이 너무 남루했나 봅니다.
거지 취급을 받은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지만
창피함을 무릅쓰고 바나나를 가져왔습니다.

"엄마, 왜 바나나가 검정색이야?"
"응, 이건 다른 종류의 바나나라나 봐.
슈퍼에서 팔더라."

검정색은 싫다는 아이들에게
이런 거짓말을 하면서 달랬지요.

지금은 저랑 첫째가 일하니까
살림이 좀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노란 바나나를 사 오면
아이들은 바나나가 검어질 때까지
주방 옆에 놔두더군요.

"인터넷에서 봤는데 이래야 몸에 더 좋대."

- 박내히 (새벽편지 가족) -



예전에 우리가 가난해서 먹었던 야채가
지금은 웰빙푸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 현재의 고통은 오히려 약일지도 모르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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