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늘을 살지요 26>
나의 #설렁탕 먹는법
#최애음식 가운데 하나인 설렁탕
이 음식을 대할 때의 나의 모습은 이렇다.
뭐 즐기는‘법’까지는 아니고 몸에 밴 순서라 보면 되겠다.
주문을 한 후 우선 물을 조금 마셔 입을 정갈(?ㅋㅋ)하게 한다.
김치와 깍두기를 집게로 아주 조심스럽게 집어 가위로 세심하게 자른다.
여기서의 자칫 실수는 씻을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흰셔츠 또는 밝은색 바지가 주는 기쁨은 김칫국물이 틔는 순간 끝이다.
김치의 크기는 한입크기보다 조금 작게 잘라 한젓갈로 여러장을 집을 수 있어야 한다.
깍두기는 집의 깍두기보다 조금 크고 길게 자른다. 아삭아삭 씹는 느낌이 살아야 한다.
설렁탕이 나오면, 그대로의 국물맛을 보고 입맛에 맞게 소금, 후추를 우아하게 넣는다.
소금은 소금통에 꽂힌 수저로 한 개, 후추는 착착착 세 번.
자 마지막 장식, ‘파’, 투하!
조금 많은듯하게!
정성을 다해 섞고 기대 가득채운 경건함으로 맛보기 ^^.
캬~
어흐~
이 소리가 절로 나오면 합격.
아니면 다시 간을 맞추거나 포기.
자! 이제 국수를 건져 먹어볼까요.
이 국수가 뿔지 않도록 위 순서는 자동화 되어 있어야 하는 건 당연.
후후~ 후~~
후루룩~~
흠~~
다음은 탕속의 고기.
연한 것부터(젓갈질조심, 자칫 미끄러져 식탁 등에 흘리거나 국물이 틔게 할 수 있음) 양념장에 소중히 올려 두거나 툭툭 두 번 찍어 입으로.
고기 한점한점 소중하고 후회없이 먹다보면 다 먹는 실수를 하게되는데 절제하고 1/3을 남겨 둬야 함.
흰 쌀밥을 두 숫갈정도 말기. 이때 밥덩어리를 완전히 풀지 않고 적당히 헤쳐 국물이 충분히 배게하는게 또 국룰.
당연히 간간히 김치 둠뿍, 깍두기 한 입으로 입맛을 돋아줘야 함.
자 이제 마무리를 향해서 나머지 밥을 말고 충분히 국물에 풀어준다. 이때쯤되면 국밥의 온도는 한입에 술술 넘길 수 있는 온도가 된다.
아껴둔 깍두기 국물을 여기서 조금 넣어준다. (이건 아무래도 나만 그러는거 같다. 다른 분들은 거의가 처음에 넣는다.)
밥과 고기와 파와 양념과 얼큰해진 국물이 숟가락 가득 퍼지고 급하게 입으로 옮겨져 행복을 채우고 뜨겁게 또 따갑게 목을 타고 내려 위장 저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함성을 밀어올려 어흐 아하 허~ 감탄사가 뱉어지면 “내가 설렁탕이로소이다!”하며 그릇의 바닥이 들어난다.
이때쯤 예의 그분이 슬쩍 내밀어 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물냉면”
손대지 않은 듯(여전히 난 이게 신기하다. 아내는 신의 손과 요정의 위장을 가지고 있다.)
신맛, 매콤함이 딱 내 입맛인 국물.
온전한 상태 그대로의 계란 반쪽.
배치된 양의 딱 절반인 배와 오이.
면 밑에 잘 깔린 편육까지.
그저 완벽하다 할 수 밖에 없다.
후루룩 꿀꺽하고 고개를 들면,
그분의 미소가 변함없이 나를 맞이한다.
이제 물 컵을 들어 물을 마시고.
아멘!하며 서로 웃는다.
계산 후 공짜로 주시는 자판기 밀크커피와 함께 식당 문을 나서는 걸로 나의 설렁탕 먹기는 막을 내린다.
#푸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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