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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신카이 마코토]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Your Name.

by manga0713 2020. 3. 22.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Your Name."은 신카이 마코토가 각본과 감독을 맡아 2016년 8월 일본, 2017년 1월 한국에서 개봉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그냥 막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야기라서 그런가봅니다.

 

이 '막연함'을 감독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 볼 실마리를 찾아야겠습니다.

 

2011년 3월, 쓰나미의 충격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 준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25,000여 명의 사망, 실종자가 발생하였습니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이 황망함을 경험한 일본인의 삶을 공유하고 다독여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있었습니다. 감독은 당시 이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 중이었는데 그 참사에 대한 소식을 매일 접했다고 합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라고 안내 방송한 사실(아주 닮은 장면이 영화 중에 나옵니다.)에 아주 크게 놀랐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감독은 영화 제목에 쓰인 마침표("")의 의미를 강조하는데요.

 

"너의 이름은 무엇이니?"라는 뜻이 될 수도 있고,

"너의 이름은 잊어버렸다..."라는 뜻이 될 수도 있고,

"너의 이름은 이미 알아!"가 될 수도 있는 등 관객의 상상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랍니다.

 

우리네의 말줄임표(".....")의 목적하는바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남녀는 서로 몸이 바껴 오늘을 살지만, 사실 3년의 시간차가 있습니다.

여 주인공의 생의 시간 3년 전으로 남 주인공을 이끌고 가지요.

 

그런 내용을 영화 속에서 할머니의 입을 통하여 길게 설명 합니다.

 

"꼬이고, 엉키고, 끊어지고, 이어지고, 그것이 무스비(結び), 그것이 시간"

 

영화는 두 사람의 만남을 얄밉게도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갈증과 보는 이의 갈증이 격해져 갈 때쯤,

'황혼(黄昏; tasogare 라고 읽습니다.)'이라는 때가 있음을 알려 줍니다.

 

"어스레한 저녁, 낮도 밤도 아닌 시간, 세상의 윤곽이 흐려지고 신비한 존재를 만나는 기적의 황혼"

 

사실 이 단어는 "誰そ彼(たそかれ"라는 옛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거기 누구세요?"라는 의미입니다. 황혼에는 하늘이 어두워져 상대를 분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물어보는 것에서 유래한 단어이지요.

 

감독은 영화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 중에, 내일 만날 사람 중에 중요하고 운명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젊은이들에게 그런 상상을 통한 강한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저는 성경의 천지창조 부문에서 하루의 개념이 우리와 다르게 표현됐던 것이 기억 났습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우리의 개념으론 하루, 한 날은 낮이 지나고 밤이 오면, 하루 한 날입니다.

성경에서는 어둠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하루 한 날입니다.

 

성경의 날과, 영화의 황혼(黄昏)은 맥을 같이 합니다.

 

"꼬이고, 엉키고, 끊어지고, 이어지는 무스비(結び)는 황혼의 강을 건너 희망으로 향한다."

 

상실의 슬픔이든, 만남의 기쁨이든,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매듭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매듭은 마지막 마무리 매듭일수도 있고, 다음을 위한 디딤 매듭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삶의 시간이 디딤 매듭의 때이든, 마무리 매듭의 때이든 그 매듭을 이루는 인연의 실오라기들 하나하나에는

나름의 이유와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기억되어지며 또 기억하며, 공감하고 또 공명하며 살아내는 우리 삶의 날들, 시간들이 모여 세상을 이룹니다.

그만큼 이 세상 속의 당신과 나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이와같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막막한 현실과 막연한 기다림에 묶이지 말자고 이야기 합니다.

그가 제목에서 강조점으로 남겨 둔 마침표("")는 새로운 시작을 향한 출발점인 것입니다.

 

영화의 의미를 찾아가다보니 결국 꼰대의 잔소리처럼 되었네요. ^^

 

신카이 마코토는 실물, 실사보다 더 사실적이고 더 아름답고 더 환상적으로 그리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작품입니다.

꼭 보세요 ^^

 

 

ps..후기 추천

 

- 잊지 말아야 할 그날, 그 이름들 <너의 이름은.>

- 너의 이름은 명대사, 너의 이름은 실제 배경, 너의 이름은 일본어, 너의 이름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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