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사람을 잃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참 몹쓸 사람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사건은 "정말 좋은 사람을 잃은" 사람이 "왜 그 사람이?"라는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전의 책들처럼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범인일 정황을 그 의문의 잣대로 제거해 나간다.
재밌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마음이 무겁다.
사람이 "참 몹쓸 사람"으로 변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하여 몰려가는 선택"이
더욱 씁슬하다.
다음은 이 책의 밑줄 친 부분이다.
…………………..
(마쓰키) "그거 꽤 바람직한 생각인데. 요즘 세상에는 진로를 정하려고 생각하는 시점에 이미 정해진 레일 위에 있는 꼴이니까. 하지만 꿈만 품고 있어서는 아무 소용 없어.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세계는 바뀌지 않는다고."
맛없는 거라도 억지로 먹은 사람 같은 표정으로 잡지를..
(준코) "뭐든 다 아는 척하지 마, 그것도 일종의 폭력이니까."
아무리 대단한 일이 있었어도 과거가 되면 이미 대단한 일이 아니다.
온갖 물자가 넘치는 세상인데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부족하니까
(조교수) "우리 대학 졸업생들도 취직한 첫해에 몇 명이 꼭 그만둬.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만두는 게 당연하다니까" ~ "방향을 결정할 때 자신의 의견이 하나도 없으니 그렇지.~"
(아파트 경비원은) 유리창 달린 관리실 안에 앉아 있는, 그저 그뿐인 남자이기 때문이다.
자동판매기에 어떻게 진보와 꿈을 기대할 수 있을까. 기껏해야 품목을 늘리는 것과 천박한 장식으로 치장하는 정도다.
"정말 좋은 사람을 잃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참 몹쓸 사람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히로미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마치 생기가 다 빠져나간 것처럼 흐느적흐느적 움직이는데, 그들이 토해 내는 하얀 숨은 유난히 생명력을 발산했다.
마치 모든 추억이 슬픔이라는 얼룩으로 바뀌어 그의 마음에 들러붙어 버린 것 같았다. 고헤이가 눈을 감고 그 얼룩을 바라보자 그것은 색이 바래려면 아직 한참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슬픔이 묻어나지 않는 말투였다. 불행한 현실을 자기 나름으로 이겨 낸 것이리라고 고헤이는 상상했다.
낮고 묵직한 엔진 소리를 울리면서 영구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성한 사자(使者)에 걸맞게 중후한 움직임이었다. 그럼에도 후미에서 뿜어내는 배기가스에서는 여느 차량과 다름없는 냄새가 났다.
그래도 기계를 만드는 건 인간이야. 기계 이하의 인간은 필요 없어진다는 거지. 우수한 인간과 우수한 컴퓨터가 사회를 이끌어 가게 될 거야.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을 찾도록 노력할게." ~ "일의 내용이 아니라, 제아무리 우수한 컴퓨터가 등장해도 나는 문제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
불빛은 언제든 꺼지고, 살아 있는 건 언젠가는 죽잖아. 그런 일에 일일이 슬퍼하면 이 세상에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어
어떤 인간이든 한 가지 인생밖에 경험할 수 없어. 한 가지 밖에. 그런데 타인의 인생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오만이지.
어둠이란 서로의 모습을 가리는 대신 마음을 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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