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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인랑 人狼 Jin Roh : The Wolf Brigade"

by manga0713 2010. 11. 25.




참 대단한 작품입니다. 항상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남는 아쉬움 가운데 하나는 우리는 왜 이런 작품이 없나, 혹시 내가 못 찾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인랑 人狼 Jin Roh : The Wolf Brigade"은 거장 '오시이 마모루'가 원작, 각본을 담당하였고 '오키우라 히로유키'가 감독한 1999년 작으로 오시이 마모루 사단의 "붉은 안경(86년)" , "케르베로스-지옥의 파수견(91)"의 뒤를 잇는 케르베로스 3부작 중 3 번째에 해당하는 영화입니다.

80억원이 넘는 제작비, 3년의 제작기간, 연인원 1천여명이 투입된 초특급 프로젝트라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연 그 규모 이상으로 작품성이 뛰어납니다. 물론 많은 영화제에서도 극찬을 받았고요.

영화는 2차 세계 대전 후 가상의 일본 역사를 배경으로 마치 '전공투'를 연상케하는 시위 장면과 무장 게릴라 조직이 나오며 이를 진압하기 위한 수도경, 수도경의 특기대, 원래의 경찰업무를 맡고 있는 자치경의 대립과 첩보전을 세밀한 그림과 치밀한 전개로 그려 갑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 테마는 그런 모습에 길을 잃지 않습니다.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남자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여자와의 불행한 사랑 이야기 입니다."

사랑과 믿음은 자신을 버려야만 하는 것입니다. 아니, 자신을 버려야만 할 때 스스로를 공격해 오는 두려움, 나는 그렇게 프로그램 되어진 운명이야 그러니 순응해야 하는 것 아니야? 하는 갈등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듯 영화속의 두 사람은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쩌면 운명적으로 쒸어진 가면,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눈 빛마저 가리는 갑옷이 상대에게 짐을 지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요. 그것은 인간 내면의 야수성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두 사람의 사랑과 내면을 이해하는 데는 영화 속에서 전개의 힘으로 사용된 그림 형제의 "빨간 두건 Rotk ppchen"이란 우화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겐 그저 "빨간 망토와 늑대의 이야기"라는 동화로 예쁘고 착한 소녀의 심부름 에피소드로만 알려져 있지만, 어쩌면 이렇게 알고 있는 우리의 통념이 인간과 늑대, 늑대와 인간, 인간인 늑대, 늑대인 인간의 관계성을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하는 감독의 의도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는 보고난 후에도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이야기입니다. 두 주인공의 음울하고 눈물조차 말라버리게 하는 애절함 뿐만아니라 둘러싸고 있는 암투의 모습들, 너무 낯익은 장면들을 통한 우리 근대사의 잔재들, 그 속에 익숙해져 프로그램된 듯 살아가는 나의 모습 등등이 슬라이드되며 한 숨을 쉬게 합니다.

이런 생각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이겨내고 극복해야 할 두려움이겠지요.

다시 한 번 추천 드립니다. 꼭 보세요. DVD의 구성도 참 좋습니다.